2년 6개월 전부터 시도했던 웨스트 월드 시즌1을 인내심을 갖고 본 결과 3일 만에 정주행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HBO MAX는 한글자막을 제공하지 않아 영어자막으로 봐야 했기 때문이다.
흑흑. 웨스트 월드 시즌1은 19금 공상과학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다. 인공지능 로봇들의 의식, 자각, 잔악무도한 인간들의 도덕성 등 철학적, 형이상학적 의문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서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웨스트 월드를 처음 접한 것은 2년 6개월 전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천공항이었다. 나와 콘텐츠 취향이 아주 잘 맞는 친구가 웨스트 월드가 자기 인생 미드라며 꼭 보라고 신신당부하며 왓챠 계정을 빌려주었다.
랜딩하고 왓챠를 켜니 미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HBO MAX로 웨스트 월드를 켰는데 한글자막이 없고 영어자막만 제공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그 당시는 영어자막으로 본 미드가 전무후무했기 때문에 흘려듣기가 익숙하지도 않은데 개 어려운 미드를 선택한 것이었다. 계속 정지하고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가면서 미드가 아닌 원서 읽기 식으로 에피소드 1을 봤는데 당연히 재미가 없고 피곤하지...
한국에 가면 한글로 보리라는 미드 버킷리스트에 저장하고 바로 때려치웠다.
그렇게 1년 6개월 후 한국에 갔고 왓챠로 웨스트 월드 시즌1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글로 보고 에피소드 4편 정도까지 봤는데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아 또다시 그만두었다.
웨스트 월드가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것인가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HBO MAX는 정기 구독을 하지 않고 보고 싶은 시리즈나 영화가 나올 때만 종종 한 달 구독을 하는데 그때마다 웨스트 월드를 한 번씩 시도했다. 역시나 너무나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두 번째 에피소드를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며칠 전, 남편이 웨스트 월드 시즌4가 나왔다며 HBO MAX 결제를 하였다. 그러면서 웨스트 월드를 계속 보라고 영업을 해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1,2는 세 번 이상은 본 것 같아서 3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2년 넘게 영어자막으로 미드 본 내공이 쌓인 건지 모르는 말은 쿨하게 넘어가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영자막으로 미드 보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
대사도 알아듣기 힘들고 윌리엄과 돌로레스가 모험하는 장면, 맨 인 블랙과 테디가 나오는 장면은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지루하고 에피소드 6까지는 그만둘까 계속 고민하면서 이번에는 그래도 시즌1은 끝내보자 하는 인내심으로 버텼다.
와 그런데 에피소드 8부터 엄청난 반전과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소름 끼치게 빵빵 터졌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은 시간대가 뒤죽박죽으로 교차편집을 한 것이라서 한글자막으로 봤어도 이해 못 했을 것 같다. 결국 시즌1을 다 보니 사람들이 극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만 몇 가지 개연성을 헤치는 연출이 있어서 아직 왕좌의 게임에 버금가는 대항마(그래 봤자 집안싸움)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왕좌의 게임에서 심하게 뒤통수 후려 맞은 반전들에 뒤지지는 않았다.
미드는 그냥 시간 때우려고, 쉬려고 보는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데 웨스트 월드 영어자막으로 보기는 엄청난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거의 노동에 가까운 활동이었다. 3편 보면 진이 다 빠짐. 그
래도 시즌2가 너무 궁금해서 아마 빠르게 다 볼 것 같다! HBO MAX 정말 볼만한 것이 많은데 한글자막이 제공이 안 돼서 너무나 슬프다... 한국 진출이 시급함... 방송국 놈들아 일 좀 해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