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기다려온 버즈 라이트이어였는데 후기가 별로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디즈니 플러스로 안방에서 관람했다. 요즘 하는 게 미드와 영화 보는 거밖에 없어서 후기라도 열심히 남기려고 노력 중인데 버즈 라이트이어는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영화를 본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래도 자칭 토이스토리3를 100번은 본 덕후로서 버즈 라이트이어를 조금이나마 옹호하는 후기를 남기자면 이렇다.
가장 논란이 있었던 레즈비언 커플의 키스, 임신, 출산 PC?
개인적으로 이런 동성애, 게이, 레즈비언 관련 콘텐츠를 성인이 훌쩍 넘어서 접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그들의 (진한) 애정신을 볼 때 엄청 편하지는 않다. 특히나 한국 사회는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극소수고 동성애는 금기 시 마냥 쉬쉬하는 문화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단지 익숙치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자라왔다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도 더 적었을 것이고 한국 사회도 분명 더 개방적으로 변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디즈니의 이런 변화는 대환영이다. 현시대 어린이들이 부러울 정도이다.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키스라고 하기까지도 뭐 하고 가벼운 입맞춤 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레즈비언 커플이 가정을 꾸리는 스토리를 굳이 넣었어야 했냐는 의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다양성은 절대 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 같아서 개봉 금지하는 아랍권 나라들과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싶다. 베이맥스 단편 시리즈에도 게이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는 씬이 있어서 약간 뜨악하기는 했지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캐릭터와 목소리
버즈 라이트이어 캐스팅도 논란이 있었는데 버즈 라이트이어는 영화 속 실제 사람이고 토이스토리의 버즈는 장난감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생명체(?)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다른 성우를 캐스팅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어떻게 톰 행크스조차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장난감은 장난감이고 사람은 사람이잖아! 생긴 것도 정말 다름. 기존 버즈 역의 팀 앨런은 솔직히 목소리에서 연식이 느껴지기 때문에 버즈와 잘 어울린다고 쳐도 청년 버즈 라이트이어와는 어울리지 않다.
개인적으로 크리스 에반스 캐스팅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고도 정의감 넘치는 목소리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버즈의 캐릭터도 나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토이스토리 1편을 보면 버즈가 처음 깨어나서 앤디 침대에 착륙해서 지반을 살피는 장면도 잘 패러디(?)했고 우주복의 녹음이나 버튼 같은 개그 소재도 소소하게 재밌었다.
버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그냥 웃길 수밖에 없으니까... 버즈 라이트이어의 성격도 처음에는 약간 개인 성향을 띠는데 나중에는 동료들과 화합을 도모하는 장면이 추후 "#우리 #함께 #영원히" 같은 말을 달고 사는 버즈와도 흡사해서 보기 좋았다.
스토리는 솔직히 노잼.
픽사 애니메이션이니 그래픽은 두말할 필요 없이 훌륭했다. 다만 이야기가... 스토리가... 재미없었다.(흑흑) 초반에는 우주 특공대가 시간 여행을 해서 흥미로웠는데 중반을 지나니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지고 딴생각이 들고 졸려서 여러 번 잠들었다.
저그가 "아임 유어 파더"라고 할까 봐 심장 쫄깃하고 있었는데 나름의 반전도 괜찮았다. 주인공이 버즈가 아니었거나 버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더라면 다시 말하자면 토이스토리 덕후가 아니었다면 심하게 욕했을뻔한 영화였다.
그래도 우디 싫어하고 버즈 좋아하는 1인으로서 우리 버즈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디즈니가 버즈 프랜차이즈화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번에는 더욱 분발해서 재미 beyond and infinity를 제발 보여줬으면 좋겠다.
서브 캐릭터들 매력의 부재
가장 심각한 점이 이거다. 서브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이 없었다. 로봇 고양이 삭스가 가장 귀엽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고양이 캐릭터인데 안 귀여우면 애니메이션 제작 때려치워야지.
토이스토리에 스쳐간 수많은 서브 장난감과 비중의 관계없이 깨물어 터뜨려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던 캐릭터가 차고 넘쳤어서 더욱 아쉬웠다. 역시 사람이라 안 귀여운 건가;;
사실 그 정도 낮은 평점과 혹평을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간의 토이스토리 프랜차이즈 후광이 너무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여놨기에 이런 푸대접을 받는 것 같다. 뭐 그것 또한 디즈니와 픽사의 업보이니 다음에 더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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