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베란다 텃밭을 시작했다. 사실 미국 콘도(아파트)는 베란다에 유리창이 없으니 발코니 텃밭이라고 해야 하는 것 같지만 베란다 텃밭이 거의 대명사이니까 베란다라고 하겠다.
텃밭이라고 하면 뭔가 규모도 크고 지식도 많아야 할거 같아서 시작을 못했었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발코니라 유리창이 없어서 태풍이나 자연재해에 대한 무서움이 있었다. 그런데 텃밭이 야외 노지에서 하는 거니까 이상한 걱정이었다.
베란다 텃밭은 수경재배로 시작하는 게 정석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쪽파 밑동을 잘라서 컵에 꽂았는데 정말 몇 시간 만에 자라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착각했나 싶었는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기특해서 그날부로 집에 있는 야채 밑동과 씨앗들을 다 발라내서 키우기 시작했다.
또 언제까지 갈 취미일지 몰라서 최소한의 경비와 준비물로 시작했다. 화분 한 번 키워보지 않아서 흙부터 시작하는 게 뭔가 무섭고 부담스러웠는데 수경재배라는 것에 눈을 떴다.
수경재배 준비물
- 수돗물
- 컵 또는 페트병
- 야채 뿌리가 있는 밑동(파, 상추, 로메인, 당근, 양배추, 셀러리 등)
수경재배 준비물은 정말 이게 끝이다. 파뿌리와 물만 있으면 생명의 신비함을 몸소 느끼게 된다.
화분으로 베란다 텃밭 시작
수경재배를 시작으로 바질을 사러 퍼블릭스(마트) 갔는데 줄기 몇 개 컨테이너에 들은 것과 바질이 플라스틱 화분에 흐드러지게 핀 것의 가격이 거의 비슷했다. 그렇게 화분을 들여오면서 흙으로 짓는 농경 시대가 열렸다. 우리 집은 발코니라서 본격 텃밭은 안되고 화분에 이것저것 키우기로 시작했다.
발코니(베란다) 텃밭 최소 준비물
- 흙(화분용 흙, 홈디포, 로우스, 아마존에서 potting mix라는 화분에서도 잘 클 수 있는 흙 구입)
- 화분(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컨테이너)
- 씨앗 또는 모종
- 장갑-손톱밑에 흙 떼 끼임 방지
처음에 씨앗을 키울 모종용 화분은 페트병이나 계란판 밑에 구멍을 뚫어서 쓰면 된다. 모종이 커서 분갈이를 할 때도 좀 더 큰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컨테이너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열매가 열리는 야채나 당근, 감자 같은 뿌리채소는 화분이 크고 깊어야 한다. 우리 집엔 큰 화분도 없고 Ross, TJ max에 가도 큰 화분은 하나에 몇십 불이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 싶었는데 아마존에 부직포 화분이 판다!
3-5갤런 이면 고추 정도는 감당이 된다고 해서 나는 3갤런짜리 12개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건 화분 받침이 없어 바닥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큰 비닐을 깔아주었다.
씨앗은 일단 집에 있는 냉장고와 팬트리를 뒤져서 심을 만한 것을 찾았다.
베란다 텃밭 진행 사항
발아 성공
벨페퍼(파프리카), 레몬, 머스터드(겨자), 할라피뇨
발아 실패
고수(코리엔더), 펜넬
상세 후기는 다른 포스팅에 남겨 보겠다. 정 심을 게 없다면 홈디포, 로우스, 아마존 등에서 씨앗이나 모종을 구입해서 심으면 된다.
모종 산 것
체리토마토(방울토마토), 바질, 고수
씨앗 사서 바로 심은 것
할라피뇨, 카옌고추, 당근, 쪽파
이런 식으로 집에 있던 씨앗, 야채들과 모종 몇 개를 구입해서 텃밭 시작 10일 만에 16종을 키우고 있다…! 미친 건가.
(무순, 유채, 메밀, 머스터드, 로메인, 파, 고수, 바질, 셀러리, 토마토, 체리토마토, 벨 페퍼, 할라피뇨, 카옌 고추, 당근, 레몬)
이렇게 완성된 소소한 발코니 텃밭! 이게 뭐라고 허리 굽히고 흙 푸는데 정말 땀 뻘뻘 흘리면서 힘들었지만 동물의 숲 현실 판 같아서 너무 재밌고요. 아침에 우리 새끼들 행여나 물이 다 마르지 않았나 걱정에 눈이 번쩍 뜨인다. 하루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쑥쑥 커서 하루에 너 다섯 번은 나가서 봐도 도통 질리지가 않음.
미국 콘도는 유리창이 없어서 햇빛도 잘 들고 통풍도 잘된다. 여름에는 햇빛이 너무 잘 들고 더워서 화상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특히 이곳 플로리다는 겨울이 아주 짧고 춥지도 않아서 실내를 활용하면 4모 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니 열심히 키워봐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