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한국 콘텐츠를 접하기 힘들어져 거의 유일한 통로인 넷플릭스에 뜨는 한국 드라마, 영화들은 거의 다 시도해 본 것 같다. 근데 최신 한국 드라마, 영화들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항마력이 딸려서 2회 이상 보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이었다.
특히 젊은이들 티격태격, 꽁냥꽁냥 이런 거 이제 못 보겠다... 그런데 믿고 보는 김혜수 언니의 소년심판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시리즈가 떠서 봤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 물 좋아하는데 소년심판은 나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여왕의 교실을 떠올리게 했다.
소년심판 내용
소년부 판사역의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이 다양한 소년 범죄 사건을 판결하는 내용이다. 총 10부작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오면서 해결해 가는데 소년들이 저질렀다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게 자극적이고 무자비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사건들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약간의 각색을 했을 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첫 번째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영광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는데 소년심판에서 거의 비슷하게 만든 것 같다.
소년심판 실제 사건 목록
-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 대전 중학생 렌터카 절도 사망 사건
- 용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 영광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
이것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확실히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온 것은 이 정도인 것 같다. 나머지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너무 흔해서 딱 하나의 사건을 가져오기도 힘든 것이었다.
소년심판 후기
소년심판을 시청하면서 정말 자극적인 사건, 상황들이 많이 나오는데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착잡했다. 촉법소년이라서 엄청나게 잔악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대부분 이런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아이들에게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아이들이라서 뭘 몰라서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첫 번째 사건의 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이 촉법소년이어서 처벌을 못했는데 얼굴에 문신을 하고 법정에 들어선 장면은 정말 소름 끼쳤다.
이 장면은 실화는 아니지만 이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 너무나 많은 판국에 말이 안 되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더 신기한 건 계속 보면서 극 중 백성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자꾸 의심이 갔는데 실제로는 28세의 여자 배우 이연이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반전이었다.
결말(스포 있음)
이런 사건 이외에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드라마적 요소가 나오는데 그것들은 거의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갈 만큼 조금은 뻔했다. 김무열은 과거 직계존속살인미수로 소년원 출신의 판사이다. 어릴 적 자신을 교화시켜 준 판사를 계속 찾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의 부장판사 이성민이었다.
이성민은 매우 강직한 판사 생활을 하다가 방송 출연을 시작하면서 인지도와 인기를 얻어서 그런지 정계 진출에 욕심이 생기고 판사 일보다 본인의 이미지 관리에 힘쓴다.
게다가 아들이 시험지 유출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이를 은폐하며 변질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성민이 정계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소년법 개정을 위해서였고 김무열을 처음 본 날 그를 알아보았지만 모른 척했던 것이다.
이 장면 너무 감동적이어서 울뻔했음... 그러다 김혜수의 회유에 설득돼 본인의 잘못을 이실직고하고 법조계를 떠난다.
이후 새로운 부장판사 이정은이 부임해 오는데 매 사건마다 소년 재판은 속도전이라며 사건에 의문이 있어도 일을 키우지 말라며 해치우기에 바빠 보인다. 그러던 중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김혜수에게 배정된다.
알고 보니 가해자는 몇 년 전 초등생 벽돌 투척 사건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던 소년이었고 피해자는 당시 사망했었는데 김혜수의 아들이었다. 그 사건의 판결을 내린 건 이정은이었고 이정은은 당시 심문에서 판결까지 3분 만에 끝내 김혜수는 격분했었다.
댓글